리장 이족 마을, 야팡이의 결혼식에서 만난 특별한 풍경
고산 마을에서 경험한 이족 아가씨들의 결혼 풍습 이야기
처음 중국 윈난성 리장에 도착했을 때, 해발 2800미터가 넘는 고산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리잉, 리샹, 그리고 야팡 모두 이족(彝族) 아가씨들이었지요. 16살, 17살 꽃다운 나이에 제 곁에서 함께 생활하며, 집안일을 돕기도 하고 한국어를 배우기도 했습니다. 저를 "아이(아줌마)"라고 부르며 따르던 아이들은 제게는 친자식처럼 사랑스러운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이곳 이족 마을에는 독특한 풍속이 있었으니, 바로 조혼. 보통 16세만 되면 결혼을 하며, 어느 순간 아이들이 하나둘 시집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글은 둘째 아가씨 야팡이의 결혼식을 통해 본 이족 마을의 특별한 결혼 풍경을 기록해 보려 합니다.
이족 마을의 잔치, 신부집에서 시작된다
야팡이가 시집을 가던 날, 저는 조금 의아했습니다.
“왜 신부가 평소 옷차림 그대로, 화장도 없이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있지?” 세수도 안 하고 어젯밤 잠을 자던 그 모습 그대로 하루 종일 이불속에 있고 신부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방으로 들어가 신부를 만납니다. 이족의 풍습은 결혼식 전날, 신부 친정집에서 잔치를 벌이고, 다음 날이 되어서야 신랑 집으로 가는 길에 신부가 곱게 단장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첫날 신부는 차려입지 않고 소박하게 있다가,
둘째 날이 되면 민속복장을 입고 아름답게 변신하여 신랑 집으로 향하게 되지요.

신랑이 아닌 신랑 친구가 신부를 업는다?
더 흥미로운 건 신부가 신랑 집에 도착했을 때의 풍경이었습니다.
예쁘게 차려입은 신부가 도착하면, 신랑이 직접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신랑의 친구가 신부를 업고 집으로 들어간다는 겁니다.
그렇게 신부를 업어 신랑에게 인계하는 것이 이족 마을의 전통이었습니다.
처음 본 저로서는 조금 낯설고 기이하게 느껴졌지만, 그 자체로 오랜 세월 이어온 문화이자 공동체의 방식이었습니다.
민속 의상으로 구분되는 아가씨와 부녀들
결혼식 잔치에 모인 이족 여인들의 옷차림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 모자를 쓴 아가씨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미혼 여성 (좌측 검은 모자)

다른 스타일의 모자를 쓴 여인들: 이미 결혼한 부녀(앞쪽 털실로 뜬 두건을 쓴 여긴들과 뒤쪽 아주 큰 검은색 네모 모자를 쓴 여인들은 기혼자)
이렇게 머리에 쓰는 모자만 봐도 신분과 결혼 여부를 알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그 모습은 화려한 민속의상과 함께 산촌 마을을 더욱 다채롭게 물들였습니다.
해발 3100미터, 설산이 지켜보는 마을
야팡이의 결혼식이 열린 곳은 해발 3100미터에 자리 잡은 산속 마을이었습니다.
뒤로는 해발 5600미터가 넘는 설산이 하얀 눈을 이고 서 있었고, 그 장엄한 풍경이 마치 결혼식을 축복해 주는 듯했습니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결혼식, 그곳에서는 모든 장면이 영화처럼 펼쳐졌습니다.

따뜻한 기억, 사랑스러운 아이들
리샹은 먼저 시집을 가 딸을 낳았고, 얕아도 이제는 신부가 되어 새 가정을 꾸렸습니다.
가끔은 함께 한국어를 배우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던 그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이들의 성장과 삶의 전환점을 지켜본 건 제게도 잊지 못할 경험이 되었습니다.

마무리: 이족 마을의 결혼식, 삶과 문화가 어우러진 축제
리장에서 경험한 이족 마을 결혼식은 단순한 의식이 아니었습니다.
신부의 단장, 신랑 친구의 업기 풍습, 민속 의상으로 나뉘는 여인들의 모습, 그리고 설산이 배경이 된 산촌 잔치까지.
모든 것이 낯설면서도 따뜻했고, 여행자가 아닌 가족으로서 함께할 수 있었던 그 순간은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리장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꼭 이족 마을에 들러 사람들의 삶과 전통을 가까이서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여행의 기억이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사람과 이야기로 채워지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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