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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운남성 리쟝 (Lijiang)- 생의 한가운데 그곳에 있었다.

by 멋진 햇살 2025. 5. 11.

나의 봄은 언제나 리장에서 시작된다.

중국 윈난 성 리장, 나는 13년 동안 이곳에서 살아왔고 그 아름다움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중국, 운남성 리쟝- 난 생의 한가운데 그곳에 있었다. 관련 이미지

"2005년 5월 1일, 노동절 아침… 나는  마음에 리장을 담았다."

2004년, 처음 리장을 여행 삼아 들렀을 때는 단지 ‘너무 예쁜 마을’ 정도로만 느꼈다. 물이 흐르고 꽃이 피고, 전통가옥 사이로 붉은 등이 걸린 고성(古城). 고요했지만 낯설지 않았다.
그런데 2005년 5월 1일, 다시 찾은 그곳에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누군가 말했지. “사랑은 두 번째 만남에 시작된다고.”
그날부터였다. 나는 이곳에 머물기로 했다. 아니, 이곳에서 살아보기로 마음먹었다.

 

 

 

 

2위엔짜리 미씨엔, 그리고 골목길

그땐 그랬다. 뜨끈한 국물에 면발이 쏙쏙 들어가는 쌀국수, 미씨엔이 2위엔이던 시절. 리장 고성의 골목 어귀 작은 식당에서 할머니가 손수 말아준 그릇은 아침 최고의 행복이었다. 지금은 같은 미씨엔이 10위엔. 다섯 배가 올랐지만, 그 맛의 기억은 아직도 2005년 거기 그대로 머물러 있다.
가게 앞에는 늘 고양이 한 마리가 누워 있었고, 종업원은 다소 퉁명스러웠지만 국물 맛은 무척 다정했다.


 

리장의 날씨는 내 마음 같았다

운남은 '사계절이 하루에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날씨 변화가 빠르다.
아침엔  쌀쌀한 기운이 집을 둘러싸고 돌아 따뜻한 쌀국수 한 그릇 먹고 나면  온몸에 온기가 돌면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점심엔 따사로운 햇살이 눈부시며 집집마다 나시족 민속복장을 입은 할머니들은 대문밖에 앉아서 햇볕을 쐰다. 저녁엔 살며시 시원한 공기를 시작으로 밤에는 다시 쌀쌀해진다.
그 변화무쌍한 날씨는 마치 내 감정 같아서, 외롭다 싶을 땐 해가 비추고, 들뜨는 날엔 비가 내려 마음을 가라앉혔다.

리장에서는 그런 날씨마저 고마웠다. 공기가 맑고, 하늘은 파랗고, 별은 너무도 선명하게 반짝였으니까. 새까만 하늘에 하얀 별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또 별빛은 얼마나 화려하게 빛을 뿜어내는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열대과일의 천국

운남의 시장은 매일이 축제였다. 설도(설복숭아), 파파야, 망고, 리치, 석류, 두리안…
지금 생각해도 리장에서 먹은 과일들은 유난히 달고 싱싱했다.
리장의 햇살을 가득 먹은 과일들은 손바닥 위의 여름이었고, 그 풍성함은 지금도 여전히 그립다.
특히 시장에서 1위엔, 2위엔 하던 과일 가격들이 이젠 오르긴 했지만, 나도, 그 시절의 풍경도 다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민속복장, 모계사회, 그리고 ‘사람’들

리장의 또 다른 매력은 '사람'이었다.
전통복장을 입고 장을 보는 나시족 할머니, 어린 손자와 손잡고 걷는 이족 여성들…...
그들 삶에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리장에서는 여성이 집안의 중심이었다. 아침 일찍 장을 보고, 음식을 하고, 손님을 맞이하고, 돈도 관리하고… 남자들은 동네 어귀에서 장기나 두고 있는 모습이 일상이었다.

그들의 삶은 당연히 그렇게 흘렀고, 나는 그 속에서 또 다른 삶의 방식을 배워갔다.
"모계사회니까 여자가 강해요"라는 말보다, 실제 삶에서 여성이 중심이 되어 움직이는 그 공간은 참으로 건강하고 평화로웠다.


💬 그리고 지금, 2025년 봄

나는 지금 한국에 있지만, 해마다 봄이 오면 리장이 떠오른다.
미씨엔의 국물 맛, 옥룡설산의 눈부신 흰빛, 윈산핑(운산평)의 바람, 시장 골목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그곳에서 보낸 13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평화롭고도 뜨거웠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가끔 리장의 하늘을 그리며, 예전 사진을 꺼내본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속삭인다.

"내 봄은 언제나 리장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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