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거주자 멋진햇살의 운남 살이 이야기
운남에서의 식사는 '대화'이고 '환대'예요
쿤밍에서 살면서 가장 깊이 느꼈던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예요. 처음엔 조용하고 낯을 가리는 듯하지만,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 집으로 초대하고, 식탁을 차리고, 차를 건네요. 그 모든 과정이, 상대방을 향한 존중이고 사랑이에요.
찻잔이 빈것이 보이면 차를 따라줘요. 또 빈잔이 되면 계속 따라 줍니다.
차는 마음을 담는 방식이에요 🍵
한국에선 손님 오면 커피를 대접하지만, 쿤밍에서는 녹차 한 잔을 내줘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다기(茶器)를 꺼내, 물을 끓이고 잎을 넣는 모습엔 “나는 지금 당신과 시간을 나누고 있어요” 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녹차가 기본이고, 귀한 손님이나 특별한 날엔 철관음차나 보이차가 나와요. 향이 짙고,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차들이죠.
차를 따르고 마시는 그 짧은 사이, 어쩐지 마음이 참 따뜻해지곤 했어요.
쿤밍에서 손님이 오면 식탁은 이렇게 변해요
쿤밍 사람들은 손님을 대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평소 식사는 단출해도, 손님이 오면 반찬이 12개도 넘게 나와요. “한 번 왔으면 배불리 먹고 가야지”라는, 정말 마음 깊은 환영의 표시죠.
자주 나오는 음식들 예시
- 미씨엔(米线): 쿤밍 쌀국수, 국물도 맑고, 양념도 다양해서 누구나 좋아해요.
- 훠궈(火锅): 가족끼리 혹은 친한 사람들과 나눠 먹는 대표 음식. 고기와 채소가 풍성해요.
- 볶음요리: 돼지고기, 닭고기, 콩, 버섯, 마늘쫑, 토마토 계란 볶음 등 다양한 조합이 있어요.
- 야채 반찬: 볶은 배추, 공심채, 감자 볶음 등. 모든 게 신선해요.
음식마다 색이 다르고, 맛이 다르고, 향이 달라요. 그 식탁 위에 담긴 건, 재료가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이에요.
미씨엔(米线)처럼 쿤밍 대표 음식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운남 요리 소개 페이지를 참고해보세요.
쌀국수, 훠궈, 볶음 요리까지 다양하게 소개돼 있어요.
빈손으로 가지 않아요
쿤밍에선 남의 집에 초대받으면 꼭 뭔가를 들고 가요. 흔한 과일 한 봉지, 잘 말린 국화차, 직접 만든 찐빵이라도 좋죠.
중요한 건 ‘무엇을’이 아니라, ‘그 마음이 진심인가’예요.
언젠가, 친구 어머니 댁에 초대받아 갔을 때 작은 수건 세트를 들고 갔더니 돌아오는 길에 손에는 말린 표고버섯, 차, 손수 만든 말린 돼지고기까지 들려주셨어요. 그 손길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지금도 그 식탁이 그리워요
한국에 돌아와 음식도, 차도 넘쳐나지만 이상하게도 쿤밍의 소박한 밥상이, 차 한 잔의 온기가 그리워질 때가 많아요. 맛 때문이 아니라, 그곳 사람들의 마음 때문이겠죠.
당신도 언젠가 쿤밍에 간다면, 음식보다 먼저 그들의 눈빛과 손길을 느껴보세요. 그 순간, 이 도시는 더 이상 여행지가 아니라 기억이 되는 장소가 될 거예요.
운남살기는 큰 행운이었어요.....다음편부터는 오래전 기억을 떠올려 잘 구성해서 올려볼게요.
